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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서의 일출 / 불 어둠 말고는 아무것도 없을 줄만 알았던 검은 심연의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새벽빛이 검푸르게 깃들기 시작한다. 조명을 사용할 때 내가 좋아하는 색 중 하나가 미드나잇 블루다. 그 새벽의 푸른색으로 바뀌기 시작한 어둠은 광범위한 보라색의 그라데이션으로 천천히 변하다가, 점점 뜨거운 기운이 스며드는 듯 자홍색으로 물든다. 레드와인같던 하늘의 색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세상에 카랑카랑한 대비감을 만들기 시작하고, 이내 열기가 가득한 뜨거운 빨간색이 하늘 전체를 집어 삼킨다. 그건 마치 불과도 같다. 그 시간이 되면 진실들이 불처럼 맹렬히 빛난다. 이제 삶을 다시 한번 시작할 시간이 된 것이다. 청춘이 한 바퀴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어둠의 심장부를 지나온 지금의 내 삶이 바로 그렇다. 어떤 불보다 뜨겁게 살아..
이준희작가의 사진 '빛' 강의 with 유쾌한생각! 8월30일(토) 신청 안내 강의 후기 이준희작가의 사진 '빛' 강의 with 유쾌한생각! 8월30일(토) 신청 안내 안녕하세요. 사진작가 이준희입니다. 본 작가의 작업물에서 조명은 뗄 수 없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빛 없이 인상적인 결과물을 만들 수 없고, 오직 빛으로 시작하여 빛으로 맺음 짓는 것이 사진입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사진가들이 빛과 조명 사용에 대하여 무지합니다. 단 하루, 저와 함께 집중해서 공부해본다면 앞으로 빛과 조명에 대한 문이 열릴 것입니다. 배우거나, 아니면 모른 채로 지나가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본 강의에 조명 강의라는 말 대신 '빛' 강의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 사진작가 - 사진가A님 조명 쓰고 계시죠? 사진가 A - 어,,저는 조명은 쓰지 않아요. 사진작가 - 그럴리가요. 조명을 쓰고 계실텐데..
ai를 뛰어넘는 우리의 창의력 / 예술 과식 스물두 살부터 대학 생활을 시작했으니, 해외를 누비던 코로나 이전까지 약 15년간 정말 많이 ‘먹고’ 다녔다. 위에서 쓴 것은 편린에 불과하다. 부끄럽게도 ‘많이 놀았다’가 아니라, 지금은 이것이 나의 자산이다. 그리고 이 자산이 인정받기 전까지 버텨낸 내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때 버텼기에 지금 이토록 풍성한 ‘배설’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비록 저속한 표현이라 할지라도, 이보다 더 적확한 답은 찾기 어렵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에서 시작해, 사진을 잘 하고 싶다는 물음에 대한 해답은 바로 많이 먹는 것, 즉 예술을 과식하는 것이다. 예술을 하려는 사람이 예술을 먹어보지 않고 그 맛이 어떤지 알기 어렵다. 명작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보고, 홀로 심야 극장을 찾아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다..
Golden Brass Band / 사진작가는 지휘자 지휘자가 악보를 모두 외우는 것처럼 나도 내일의 사진작업에 대한 설계도(Board pdf 파일)를 외우듯이 보고 잠이 든다. 내가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할 상황에 대해 고민한다. 어떤 불협화음이 발생할지 경계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과도한 즉흥연주로 곡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것인지 걱정한다. 정말 내가 하는 작업은 생각할수록 음악과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재즈 라이브 공연에 가면 정해진 곡의 테마에서 비롯된 멜로디, 화성, 리듬을 특정 형식 안에서 연주하기로 약속하고 한 테마가 반복해서 다시 돌아오면 그 이후부터는 뼈대만 유지하고 자유롭게 형태를 변화시키며 연주한다. 재즈는 연주하면서 곡이 새로 쓰인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같은 곡이 그대로 연주되는 일이 잘 없다. 늘 새로운 것들이 밴드 연주자들에 의..
로봇뽑기 / 영화를 좋아한 사진작가 20대에 전공을 얼마나 뒷전으로 미뤄두고 ‘딴짓’을 했는지 고백하는 모양새가 되지만, 영화도 심각하게 좋아했었다. 보통의 젊은 남성 대학생(유럽 축구를 좋아하는)들과는 다르게, 나는 작가주의 감독들의 필모그래피를 따라 보며 그 감독을 파고드는 것을 즐겼다. 일주일에 영화 일곱 편을 보기도 하고, 마치 의무감처럼 영화를 섭렵해야겠다는 아무런 목적 없는 예술적 섭취를 즐겼다. 정말 맛있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데이빗 핀처, 쿠엔틴 타란티노, 마틴 스콜세지 등, 7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까지 좋은 영화들을 정말 많이 봤다.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영화의 서사속에서 눈물을 짓고, 이와이 슌지 감독의 청춘 로맨스 영화에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 필름을 본다는 것, 그것이 내 사진 작업에 결국 도움이 되었을까? 지..
Golden Brass /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사진을 더 잘 찍는다 '여러분은 얼마나 간절한가?' 간절함만큼 인간에게 큰 동력은 없다고 느낀다. 나도 아직도 너무나도 절박하고 간절하다. 발 한 번만 헛디뎌도 인생은 끝없는 낭떠러지를 만나기 십상이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잘 찍어야 한다.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주문한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사진을 더 잘 찍는다.' 이 말은 내게 좌우명 같은 것이 되었다. 잘 찍지 못하면 레드 오션의 파도에 휩쓸려 아무것도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의 생존을 무너뜨리는 가장 공포스러운 것이다. 내 일을 즐기고, 내 일을 사랑하는 건강한 생각들 뒤에는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생긴 절벽이 나를 기다린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 그게 아니면 정말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City Dancer / 당신의 사진은 맛집이 될 수 있을까? 사진을 음식으로 바꿔서 바라보면 파인 다이닝부터 분식집까지 정말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인력이 동원되는 대형 작업과 광고 작업, 기업 및 공공기관 촬영, 스튜디오에서의 제품 및 인물 촬영,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생네컷' 같은 스티커 사진까지. 당신의 사진 작업을 하나의 식당이라고 생각해보라. 사람들의 리뷰는 고통 그 자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촬영 실수는 악플을 몰고 올 것이고, 제대로 주제를 표현하지 못한 어정쩡한 사진들을 보고 사람들은 돈 아깝다고 악플을 달 수도 있다. 이런 마음으로 사진을 한다면, 사진 앞에서의 모든 행동들이 얼마나 철저해질까? 네 사진의 맛은 어떤가? 학교 앞 분식집 앞에서 학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떡볶이라도 될까, 아니면 짬뽕이 맛있기로 유명한 중식당쯤 될까, ..
햇빛 창조 / 사진작가의 길은 곧 개미지옥 창의하느냐, 아니면 기술적으로 의뢰인을 대리하여 촬영을 하고 사진을 단순 전달하느냐의 차이가 사진가와 사진작가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돈을 한 번이라도 받고 사진 활동을 해 봤던 수십 만 인구 중에서 진정으로 창의한다고 할 수 있는 가상의 기준선을 뛰어넘는 이들은 소수쪽에 해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자체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이 기준을 넘지 못하는 야트막한 실력밖에 갖추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고,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재앙을 맞았던 시기에 강제로 각성하여 창의력 뿐만 아니라 사진 기본기등의 직업적인 자질을 갖추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사진작가로 몇 십년을 더 살아야 할 것을 생각하면 이 직업을 더 넓고 다소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작가로의 입문은 달콤하고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