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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져야 이기는 법을 배운다 잘 져야 이기는 법을 배운다 나는 승보다 패가 많은 사진작가이자 브랜드 디렉터다. 하는 일이 다 잘 되기만 했다면, 나는 일찌감치 내가 생각한 성공의 목표점에 닿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스포츠 사진과 스포츠 촬영 에이전시를 만든 지도 3년이 넘었고, 지금은 거의 최적화된 촬영 시스템과 양질의 결과물을 적은 편차로 만들어내고 있지만, 아직 이 시장을 완전히 포섭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과정을 전체적으로 본다면, 나는 분명 성공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루는 것은 미국식 스포츠 미디어 감각을 바탕으로 한 아트워크 이미지다. 한국에 거의 존재하지 않던 이 시장을 내가 처음으로 만들고 있는 단계에서, 업계와 학부모들의 관심을 이만큼 끌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라지는 것을 봐야, 사라지지 않는 것이 보인다 사라지는 것을 봐야, 사라지지 않는 것이 보인다 나는 사진으로 돈을 벌고 싶었다. 이 말은 조금 노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나는 이 문장이 부끄럽지 않다. 사진을 사랑한다는 말만으로는 장비를 사고, 작업을 이어가고, 다음 세계를 만들 수 없다. 결국 사진도 현실 위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무엇이 유행하는가보다, 무엇이 사라지는가를 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대개 지금 뜨거운 것을 본다. 지금 사람들이 몰리는 것, 지금 돈이 되는 것, 지금 누군가 성공했다고 말하는 것. 하지만 시장을 오래 보려면 불이 붙은 순간만 봐서는 안 된다. 불이 꺼진 뒤에도 무엇이 남는지를 봐야 한다. 사진 시장에도 여러 번의 불이 있었다. 증명사진이 그랬고, 수중촬영이 그랬고, 바디프로필이 그랬다. 인생네컷..
사진은 장사다 사진은 장사다 얼마 전 다른 사진작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이렇게 말했다. 사진은 장사라고. 이 말을 불편하게 듣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진을 예술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표현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는 일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사진의 그런 면을 부정하지 않는다. 사진에는 분명 예술도 있고, 시선도 있고, 표현도 있고, 사람의 감정도 있다. 하지만 상업사진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상업사진은 팔아야 한다. 팔리지 않는 사진은 상업사진이 아니다. 사진은 장사이며, 장사는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벌지 않으면 생활이 될 수 없고, 생활이 되지 않으면 결국 다른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은 잔인한 말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현실이다..
마이클 잭슨의 미세한 흔들림 마이클 잭슨의 미세한 흔들림 최근 화제작인 영화 《마이클》을 보고 왔다. 보고 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지만, 그의 서사와 음악과 무대, 그리고 그 시대 특유의 무드가 한동안 마음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않았다. 결국 나는 오랜만에 마이클 잭슨의 정규 앨범들을 다시 정주행했다. 오랜만에 다시 들었지만, 그 음악들은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들어도 여전히 이상할 만큼 생생했고, 어떤 곡들은 요즘의 음악보다 더 과감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이클 잭슨은 단순히 노래를 잘하고 춤을 잘 춘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든 사람이었다. 그의 목소리, 움직임, 의상, 무대, 뮤직비디오, 손끝의 제스처, 짧은 호흡과 비명처럼 튀어나오는 추임새까지 모두 마이클 잭슨이라는 이름 ..
완벽한 것들은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완벽한 것들은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글렌알라키 10년 배치 12를 마시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위스키의 도수는 59.7도에 이른다. 처음 잔을 가까이 가져가면 향부터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부드럽고 둥글게 미끄러지는 술이라기보다, 꽤 무겁고 스파이시하며, 입안에 들어왔을 때도 자신을 얌전히 숨기지 않는다. 어떤 맛들은 친절하게 다가오지만, 어떤 맛들은 먼저 문을 세게 두드리고 들어온다. 글렌알라키 10년 배치 12는 내게 후자에 가까운 위스키처럼 느껴졌다. 숙성 10년이라는 시간이 위스키의 세계에서 아주 긴 시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 술을 기억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단순한 숙성 연수보다 이 위스키가 가진 배치의 의미와 독특한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
내가 사진 기술에 대한 글을 쓰지 않는 이유 내가 사진 기술에 대한 글을 쓰지 않는 이유 카메라는 중요한 도구다. 하지만 도구가 방향을 대신 정해주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자주 카메라에 마음을 빼앗긴다. 어떤 바디가 더 좋은지, 어떤 렌즈가 더 선명한지, 어떤 조명이 더 강한지, 어떤 액세서리가 더 편리한지에 대해 많은 시간을 쓴다. 물론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필름카메라를 만지던 때가 있었고, 첫 번째 일안반사식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며 세상이 조금 달라진 것처럼 느끼던 때도 있었다. 상업사진을 시작하던 초창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떤 렌즈가 더 좋은지, 어떤 장비가 더 멋진지, 그것들이 가진 모양과 태와 이름에 꽤 오랫동안 마음을 빼앗겼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통과 의례였는지도 모른다. 어떤 멘토..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사진은 아무도 설득하지 못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사진은 아무도 설득하지 못한다 브랜드는 처음부터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경우, 브랜드는 아주 좁은 곳에서 먼저 뜨거워진다. 그 작업을 이해하는 사람들, 그 방향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남들은 아직 잘 모르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끌린다고 말하는 사람들. 처음에는 그 수가 많지 않다. 몇 명의 고객, 몇 개의 댓글, 몇 번의 공유, 작은 공연장의 앞줄에 앉은 사람들처럼 조용하고 작게 시작된다. 하지만 그 소수의 반응이 진짜라면, 브랜드는 그때부터 서서히 자기 온도를 갖기 시작한다. 나는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작업을 경계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작업은 얼핏 안전해 보이지만, 대개 아무도 강하게 끌어당기지 못한다. 아무도 싫어하지 않는 작업은, 자주 아무도 깊게..
빛을 기다리던 시대는 끝났다 빛을 기다리던 시대는 끝났다 인상주의에 대한 글을 읽다가 한 문장에서 오래 멈춰 있었다. 카메라 옵스큐라와 사진술의 등장이 화가들에게 어떤 충격을 주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눈앞에 보이는 것과 최대한 비슷하게 그리는 일이 오랫동안 회화의 중요한 능력이었다면, 어느 순간 과학과 기술은 그 일을 인간의 손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차갑게 해낼 수 있는 장치를 세상 앞에 내놓았다. 누군가의 얼굴을 남기고, 어떤 장소의 풍경을 보존하고, 지나간 시간을 이미지로 붙들어두는 일은 더 이상 화가만의 고유한 권력이 아니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인상주의를 단순히 빛을 예쁘게 그린 미술 사조로만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어쩌면 기술이 예술에게 던진 질문 앞에서, 예술이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