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 말고는 아무것도 없을 줄만 알았던 검은 심연의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새벽빛이 검푸르게 깃들기 시작한다. 조명을 사용할 때 내가 좋아하는 색 중 하나가 미드나잇 블루다. 그 새벽의 푸른색으로 바뀌기 시작한 어둠은 광범위한 보라색의 그라데이션으로 천천히 변하다가, 점점 뜨거운 기운이 스며드는 듯 자홍색으로 물든다. 레드와인같던 하늘의 색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세상에 카랑카랑한 대비감을 만들기 시작하고, 이내 열기가 가득한 뜨거운 빨간색이 하늘 전체를 집어 삼킨다. 그건 마치 불과도 같다. 그 시간이 되면 진실들이 불처럼 맹렬히 빛난다. 이제 삶을 다시 한번 시작할 시간이 된 것이다. 청춘이 한 바퀴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어둠의 심장부를 지나온 지금의 내 삶이 바로 그렇다. 어떤 불보다 뜨겁게 살아갈 마음이 매일같이 타오른다. 그때의 고통은 뼈마디 여기저기서 타오르는 듯이 아프게 느껴진다. 자다가도 떠오르고 걸을 때도 떠오르고 사람을 만나도 떠오르고 숨만 쉬어도 떠오른다. 아무렇지 않은 척 호방하게 웃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 어떤 순간에도 나는 고통의 기억을 억누르고 있다. 나락으로 떨어질뻔한 기억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 살면서 더 나은 것들이 아픔을 뒤덮어 새 살로, 새 세포로 바뀌기를 간절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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