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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방향

상업 인물사진가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 확인해봐야 할 직업능력 50가지

 

카메라를 산다고 직업 사진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직업 사진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누구나 사진을 시작할 수 있고, 누구나 자신을 사진가 혹은 포토그래퍼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늘 이 지점이 의아했습니다.

 

상업사진을 업으로 삼기 위한 기준은 무엇일까.

 

어디까지 할 수 있어야, 실제로 들어오는 일을 책임지고 감당할 수 있는 사진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진가는 고객에게 돈을 받고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고객은 우리의 가능성에 돈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잘하게 될지도 모르는 가능성이나, 좋은 사진을 한 번 만들어본 경험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아닙니다.

 

 

고객은 우리가 약속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비용을 지불합니다.

 

그래서 상업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잘 찍을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같은 조건에서 다시 촬영해도 일정한 결과를 만들 수 있는가.

 

촬영 환경이 달라졌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아 해결할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자신의 능력으로 책임질 수 있는 일과 아직 책임져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할 수 있는가.

 

저는 이것들이 모두 사진가의 직업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시작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카메라와 렌즈를 공부합니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를 배우고 조명을 배우고 보정을 배웁니다.

 

하지만 실제로 상업촬영을 시작해보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람을 움직여야 하고, 촬영 전에 결과를 예상해야 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서 현장을 운영해야 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수백 장의 사진에서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도 판단해야 합니다.

 

촬영이 끝난 뒤에는 보정과 납품, 수정 요청, 파일 관리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결국 사진가라는 직업은 사진 한 장을 잘 만드는 능력보다 훨씬 넓은 능력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상업 인물사진가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 확인해봐야 할 직업능력 50가지.

 

카메라, 빛, 화면 구성, 디렉션, 후보정, 촬영 운영, 그리고 프로페셔널로서의 책임까지 7개의 영역으로 나누었습니다.

 

이 체크리스트는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사진가의 자격을 결정하기 위해 만든 시험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이 아직 애매한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부터 공부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확인하기 위한 진단표입니다.

 

제가 이 기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하나입니다.

 

기준은 지식의 보유가 아니라, 고객에게 결과를 약속할 수 있는 반복 가능한 수행능력입니다.

 

이 체크리스트는 이렇게 사용해보세요

50개의 항목에는 각각 세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가능 / 애매함 / 불가능

 

기준은 생각보다 조금 엄격하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은 한 번 해본 적이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유튜브나 책에서 내용을 본 적이 있다는 뜻도 아닙니다.

 

그 능력을 설명할 수 있고, 직접 수행할 수 있고, 실제 촬영 현장에서 다시 반복해도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때 '가능'에 체크합니다.

 

반대로 알고는 있지만 상황이 조금만 바뀌면 자신이 없거나,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면 '애매함'입니다.

 

그리고 아직 원리를 잘 모르거나, 혼자서 수행하기 어렵다면 '불가능'에 체크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입니다.

 

이 체크리스트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성적표가 아닙니다.


가능의 숫자를 많이 만드는 것이 목적도 아닙니다.

 

오히려 '애매함'과 '불가능'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되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01. CAMERA

카메라를 통제할 수 있는가

첫 번째는 가장 기본적인 카메라 운용 능력입니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를 알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 아닙니다.

 

피사체가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필요한 셔터스피드를 결정할 수 있는지, 원하는 피사계심도를 만들기 위해 초점거리와 촬영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지, 빛이 갑자기 변했을 때 빠르게 노출을 다시 설정할 수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자동 기능이 좋은 시대입니다.

 

하지만 카메라가 대신 결정해주는 것과 사진가가 결과를 예상하고 카메라를 통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상업촬영에서는 결국 사진가가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02. LIGHT

빛을 읽고 설계할 수 있는가

인물사진에서 빛은 결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자연광의 방향과 세기를 읽고 활용할 수 있는가.


하드라이트와 소프트라이트의 차이를 이해하는가.


빛의 방향과 높이에 따라 얼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예상할 수 있는가.

 

그리고 조명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조명 한 대만으로도 사진을 완성할 수 있어야 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조명을 추가한다면 '왜 그 조명이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명이 많아진다고 사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각 조명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설계라기보다 우연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03. VISUAL

화면과 촬영 위치를 설계할 수 있는가

같은 사람을 같은 장소에서 촬영해도 사진가가 어디에 서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카메라의 높이, 촬영거리, 초점거리, 배경과 인물의 비율, 프레임 안의 선과 형태까지 모두 사진가가 선택해야 하는 요소입니다.

 

좋은 장소를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요소를 발견하고 제거할 수 있어야 하고, 관람자의 시선을 어디로 유도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레퍼런스를 분석하는 능력 역시 여기에 포함됩니다.

 

좋아 보이는 사진을 저장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진의 구도, 조명, 색, 포즈, 렌즈 선택을 각각 분리해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촬영 조건에 맞게 다시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04. DIRECTION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가

인물사진은 결국 사람을 촬영하는 일입니다.

 

카메라와 조명을 아무리 잘 다뤄도 피사체를 움직이지 못하면 원하는 사진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고개를 조금 돌려주세요.


턱을 조금 내려주세요.

 

이 정도의 지시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손, 어깨, 목, 허리, 골반, 다리의 작은 문제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하고, 원하는 표정과 감정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촬영 대상이 긴장하거나 굳어 있을 때 그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도 사진가의 역할입니다.

 

'자연스럽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디렉션이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결과가 나오도록 상황과 행동을 만들어주는 것이 디렉션입니다.

05. POST

촬영한 사진을 완성할 수 있는가

촬영 버튼을 누르는 순간 사진가의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RAW 파일의 노출과 화이트밸런스를 조절하고, 한 촬영분 전체의 색과 밝기를 일정하게 맞추고, 수백 장의 사진 가운데 무엇을 최종 결과물로 선택할 것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리터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수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웹, SNS, 인쇄 등 사진이 사용되는 환경에 따라 해상도와 파일 형식, 컬러를 다르게 준비하는 것까지가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입니다.

06. PRODUCTION

상업촬영을 준비하고 운영할 수 있는가

실제 현장에서는 사진을 찍는 시간보다 그 앞뒤의 일이 훨씬 많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촬영 목적과 필요한 결과물을 정리해야 합니다.

 

무드보드와 레퍼런스를 준비하고, 필요한 장비를 결정하고, 세팅과 테스트, 의상 교체와 철수까지 고려해 시간을 계산해야 합니다.

 

촬영이 시작된 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노출이 이상하다.


색이 달라졌다.


초점이 계속 빗나간다.


조명이 생각한 것처럼 나오지 않는다.

 

현장은 언제든 계획과 다르게 움직입니다.

 

그때 원인을 찾아내고 촬영을 정상 궤도로 되돌려놓는 것 역시 사진가의 직업능력입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난 뒤 파일을 정리하고 백업하고, 약속한 일정 안에 셀렉과 보정, 수정, 납품까지 끝내는 과정이 하나의 작업 흐름으로 만들어져 있어야 합니다.

07. PROFESSIONAL

돈을 받고 책임질 수 있는가

마지막 영역은 사진 기술에 대한 질문이 아닙니다.

 

하지만 상업사진가에게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영역일 수 있습니다.

 

촬영비에 무엇이 포함되어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촬영시간과 납품수량, 보정범위, 수정횟수와 납기를 고객과 사전에 합의할 수 있는가.

 

저작권과 초상권, 이미지 사용범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알고 있는가.

 

고객의 수정 요청이나 부정적인 피드백이 들어왔을 때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업무의 일부로 처리할 수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내 실력으로 받아도 되는 일과 아직 받아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할 수 있는가.

 

프로라는 말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정확하게 알고 그 안에서 결과를 약속할 수 있다는 뜻에 더 가깝습니다.

 

 

체크가 끝났다면 숫자를 적어보세요

 

50개의 항목을 모두 확인했다면 마지막 페이지에 각각의 숫자를 적어봅니다.

 

가능 __ / 50
반복해서 수행할 수 있는 역량

애매함 __ / 50
추가적인 훈련과 검증이 필요한 역량

불가능 __ / 50
현재 새롭게 학습해야 할 역량

 

하지만 저는 '가능'이 몇 개인지를 가지고 실력을 등급으로 나누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진가마다 하는 일이 다르고, 필요한 능력의 우선순위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스튜디오 프로필을 주로 촬영하는 사진가와 스포츠 현장을 촬영하는 사진가, 기업 광고를 촬영하는 사진가에게 필요한 세부 능력은 당연히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숫자를 확인한 다음에는 한 가지를 더 해보셨으면 합니다.

 

지금 가장 먼저 보완해야 할 세 가지를 골라보세요.

 

50가지를 한꺼번에 공부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 가장 자주 부딪히는 문제, 실제 촬영에서 반복해서 실패하는 문제, 앞으로 받고 싶은 일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부터 세 가지를 골라 집중적으로 훈련하면 됩니다.

 

몇 달 뒤 같은 체크리스트를 다시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불가능'이었던 항목이 '애매함'으로 바뀌고, 다시 시간이 지나 '가능'으로 바뀐다면 그것이 실제 성장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질문해보세요.

 

현재 나는 고객에게 돈을 받고 결과를 약속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영역을 하나씩 늘려가는 것.

 

저는 그것이 직업 사진가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