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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완벽한 것들은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완벽한 것들은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글렌알라키 10년 배치 12를 마시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위스키의 도수는 59.7도에 이른다. 처음 잔을 가까이 가져가면 향부터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부드럽고 둥글게 미끄러지는 술이라기보다, 꽤 무겁고 스파이시하며, 입안에 들어왔을 때도 자신을 얌전히 숨기지 않는다. 어떤 맛들은 친절하게 다가오지만, 어떤 맛들은 먼저 문을 세게 두드리고 들어온다. 글렌알라키 10년 배치 12는 내게 후자에 가까운 위스키처럼 느껴졌다.

 

숙성 10년이라는 시간이 위스키의 세계에서 아주 긴 시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 술을 기억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단순한 숙성 연수보다 이 위스키가 가진 배치의 의미와 독특한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지점이 흥미로웠다. 좋은 브랜드도 종종 비슷한 방식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부드럽고 완벽하게 다가가는 것보다, 조금은 강하고 불편하더라도 자기만의 향을 분명히 가진 것들이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다.

 

내 친구 중에는 스파이시한 위스키를 거의 무조건 나쁜 위스키처럼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그의 말도 이해할 수 있다. 취향은 누구에게나 고유한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입안을 찌르는 향과 강한 알코올의 존재감이 그저 피로하게 느껴질 수 있다. 모두가 강한 맛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높은 도수의 위스키를 매력적으로 느낄 이유도 없다. 하지만 그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이 무겁고 스파이시한 위스키의 캐릭터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일까. 불편함은 언제나 제거되어야 할 결점일까. 혹은 어떤 불편함은 그 대상을 더 입체적으로 만드는 얼굴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드벡을 마실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피트 향으로 가득한 위스키.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는 병원 소독약 같기도 하고, 탄내 같기도 하고, 젖은 흙과 연기가 입안에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위스키의 결점으로 볼 것이다. 왜 이렇게 세지. 왜 이렇게 과하지. 왜 이렇게 불편하지.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바로 그 향 때문에 아드벡을 찾는다. 그 찌르는 듯한 피트 향, 입안을 메우는 연기, 쉽게 사라지지 않는 잔향이 그 위스키를 기억하게 만든다. 어떤 사람에게는 결점으로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 브랜드를 다시 찾게 만드는 가장 강한 이유가 된다.

 

나는 우리가 어떤 대상을 좋아할 때, 그것이 반드시 완벽하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완벽하게 매끈한 것들은 가끔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모든 것이 적당하고, 모든 것이 부드럽고, 모든 것이 무난하면 흠잡을 곳은 적을 수 있지만, 다시 떠올릴 만한 얼굴도 약해질 수 있다. 사람의 매력도 비슷하다. 겉모습이 멋지고 능력도 뛰어난 사람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그 사람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때때로 완벽함이 아니라 이상한 말투, 독특한 취향, 예상 밖의 행동, 조금은 설명하기 어려운 빈틈일 때가 있다.

 

예능에 나오는 어떤 배우나 연예인을 볼 때도 그렇다. 외모가 뛰어나고 실력도 좋은 사람은 많다. 하지만 대중이 유독 오래 기억하는 사람은 거기에 하나의 튀는 결을 더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눈여겨보게 된 신예은 같은 배우도 그런 느낌이 있었다. 연기도 잘하고 외모도 뛰어나지만, 그녀를 더 선명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화면 밖에서 드러나는 독특한 발상과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들일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정돈된 이미지만 있었다면 좋은 배우로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은 튀는 입체감이 더해졌을 때, 사람은 하나의 캐릭터가 된다.

 

드라마와 영화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인물들은 대개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강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 닥터 하우스는 천재적인 의사지만 인간관계와 사회성은 거의 망가져 있다. 그는 뛰어난 능력 때문에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다. 그 능력과 동시에 존재하는 인간적 결함 때문에 더 강렬한 인물이 된다. 왕좌의 게임의 티리온 라니스터 역시 그렇다. 그는 지적이고, 유머가 있고, 많은 순간 인간적인 판단을 하지만, 세상이 그에게 계속 들이대는 외모의 결함과 차별을 안고 살아간다. 그의 서사는 바로 그 결함과 그것을 밀고 나가는 지성 사이에서 생긴다.

 

결국 서사는 대개 결함에서 시작된다. 모든 것이 완벽하고, 아무 갈등도 없고, 아무 빈틈도 없는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잘 생기지 않는다. 물론 그런 존재는 아름다울 수 있다. 하지만 오래 따라가고 싶어지는 인물은 대체로 어딘가 흔들린다. 무엇인가 부족하고, 무엇인가 과하고, 무엇인가 부딪힌다. 그 부족함을 장점이 밀어붙이고, 그 과함을 다른 매력이 감싸며, 그 충돌 안에서 구조가 생긴다. 단점이 있기에 서사가 시작되고, 단점을 억누르거나 품어내는 장점들이 드러나는 것이 하나의 캐릭터가 된다.

 

브랜드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주 완벽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한다. 흠잡을 곳이 없고, 모두에게 편안하고, 모두에게 호감을 주는 브랜드. 물론 기본적인 완성도는 중요하다. 제품이 형편없거나 서비스가 무책임한데 그것을 개성이라고 포장할 수는 없다. 부족함을 철학이라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을 넘어선 뒤에는, 브랜드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완벽함 그 자체보다 그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캐릭터일 때가 많다. 어떤 브랜드는 지나치게 집요하고, 어떤 브랜드는 조금 불친절하고, 어떤 브랜드는 취향이 너무 강하고, 어떤 브랜드는 방식이 너무 느리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이 사람들에게 이야깃거리를 준다.

 

어떤 카페가 있다고 해보자. 그 카페는 주문 방식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고, 커피를 고르는 과정이 복잡할 수도 있으며, 추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처음 온 사람에게는 왜 이렇게 번거롭게 하는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카페가 정말 훌륭한 맛을 만들고, 그 불편함이 단순한 게으름이나 고집이 아니라 더 좋은 커피를 위한 방식이라는 것이 느껴진다면, 그 불편함은 어느 순간 단점이 아니라 서사가 된다. 사람들은 그곳을 두고 말하기 시작한다. 거기는 조금 불편한데, 커피가 정말 좋다. 거기는 시간이 걸리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거기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데, 한 번 이해하면 다시 가게 된다. 브랜드는 바로 그런 식으로 자기 이야기를 얻는다.

 

나의 촬영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 내가 하는 스포츠 이미지 작업은 결코 가볍지 않다. 많은 장비를 차에 싣고 이동해야 하고, 현장에서 조명을 설치해야 하며, 바람과 날씨와 배터리와 동선과 시간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한다. 누군가 보기에는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을 수도 있다. 더 가볍게 찍을 수도 있고, 더 간단하게 끝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이미지는 그 단순함 안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아이가 정말 중요한 선수처럼 보이는 이미지, 평범한 운동장이 하나의 스포츠 포스터처럼 변하는 장면, 부모가 사진을 보고 단순한 기록 이상의 감정을 느끼는 결과물은 어느 정도의 무게와 번거로움을 요구한다. 그 번거로움은 내 작업의 약점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내가 만드는 이미지의 장점을 떠받치는 구조가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점 자체가 아니다. 단점이 어떤 장점과 연결되어 있는가다. 무거운 장비가 단지 무겁기만 하다면 그것은 피로다. 하지만 그 무게가 더 강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조건이라면, 그것은 시스템이 된다. 스파이시한 위스키가 단지 거칠기만 하다면 그것은 불편함이다. 하지만 그 스파이스가 전체의 풍미를 입체적으로 만들고, 다른 단맛과 오크 향과 긴장감을 살려준다면 그것은 캐릭터가 된다. 피트 향이 단지 역하기만 하다면 그것은 결점이다. 하지만 그 향이 브랜드의 얼굴이 되고,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그 병을 떠올리게 만든다면 그것은 정체성이 된다.

 

브랜딩에서의 빈틈도 이와 닮아 있다. 모든 단점을 없애고 완벽하게 매끈한 표면을 만들겠다는 욕망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매끈한 표면에는 손이 걸리는 부분이 없다. 사람들은 그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반대로 어떤 브랜드는 조금 거칠고, 조금 과하고, 조금 불편한 지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지점이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연결되어 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단순한 부족함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곳에서 인간적인 감정과 이야기와 태도를 읽기 시작한다. 완벽함은 감탄을 줄 수 있지만, 빈틈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나는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브랜드도 그런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점을 무조건 감추는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단점과 과정을 이해하고 그것을 더 나은 구조 안으로 끌어들이는 브랜드. 완벽한 척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발전하는 과정을 자기 서사로 만들 수 있는 브랜드. 모든 사람에게 매끄럽게 보이기보다, 정확한 사람들에게 자기 캐릭터를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브랜드. 이것은 단점을 방치하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단점을 직시하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착실하게 발전하되, 그 과정 자체를 자기 이야기의 일부로 받아들이자는 말에 가깝다.

 

사람도 그렇고, 브랜드도 그렇고, 예술도 그렇다. 너무 완벽하고 깔끔한 것들 안에는 의외로 서사가 자리 잡기 어렵다. 갈등이 없고, 충돌이 없고, 지나온 흔적이 없으면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 어떤 존재가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장점만으로 이루어져 있어서가 아니다. 그 장점이 어떤 결함을 뚫고 나왔는지, 어떤 부족함을 안고도 계속 움직였는지, 어떤 불편함을 자기 방식으로 바꾸어냈는지가 보일 때 사람들은 그 존재를 더 오래 바라본다. 결국 매력은 완벽함의 총합이 아니라, 장점과 빈틈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에서 생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글렌알라키 10년 배치 12의 높은 도수와 스파이스, 아드벡의 강한 피트 향, 독특한 배우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 결함을 가진 드라마 속 인물들, 그리고 많은 장비를 싣고 이동하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나의 촬영 방식까지. 겉으로는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강한 캐릭터는 대개 매끈한 완성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떤 튀는 지점, 어떤 불편함, 어떤 결핍, 어떤 과함이 전체의 구조 안에서 자기 자리를 얻을 때, 그것은 더 이상 단점으로만 남지 않는다. 그것은 그 대상을 기억하게 만드는 얼굴이 된다.

 

나는 그래서 완벽함만을 목표로 하는 브랜드보다, 자기 캐릭터를 정확히 이해하는 브랜드가 더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 단점은 무조건 지워야 할 얼룩이 아닐 수 있다. 때로 그것은 그 브랜드가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고, 아직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부분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단점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아는 것이다. 그것이 전체를 무너뜨리는 결함인지, 아니면 전체를 더 입체적으로 만드는 긴장감인지 구분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결국 브랜드는 완벽함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완벽한 것을 칭찬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사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금은 거칠고,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설명이 필요한 것들이 어떤 강한 장점과 만났을 때 더 깊은 애정을 얻는다. 위스키의 스파이스가 그 술의 얼굴이 되듯이, 피트 향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다시 찾게 되는 이유가 되듯이, 브랜드 역시 자기만의 강한 향을 가져야 한다. 모두에게 부드럽게 넘어가는 무난함보다, 누군가에게는 잊히지 않는 캐릭터가 되는 것.

 

나는 나의 사진 브랜드도 그렇게 만들고 싶다. 모두에게 편안한 사진보다, 정확한 사람들에게 강하게 남는 사진. 무난히 잘 찍은 결과물보다, 왜 이 사람의 사진인지 설명할 수 있는 이미지. 조금은 과하고, 조금은 집요하고, 때로는 번거롭더라도 그 모든 이유가 결과물 안에서 증명되는 작업. 결국 브랜딩의 매력은 완벽하게 흠 없는 표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만이 가진 향과 구조와 서사가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순간에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