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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왜 사진은 감으로만 하려고 할까?

왜 사진은 감으로만 하려고 할까?

 
 
 
최고의 바리스타들은 커피를 감성으로만 내리지 않는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작동 시간,
분쇄도, 물의 온도, 추출 압력, 로스팅 방식의 미세한 차이를 안다.
 
몇 초 차이로 커피 맛이 달라지고,
작은 온도 변화로 향이 바뀌며,
로스팅의 미세한 차이로 끝맛이 달라진다.
 
그 세계에는 분명 감성이 있다.
하지만 그 감성은 막연한 느낌에서 나오지 않는다.
 
반복된 실험과 정밀한 세팅,
그리고 몸으로 축적된 기준에서 나온다.
 
나는 사진도 같다고 생각한다.
사진업계에서는 오랫동안 이런 말들이 자주 사용되었다.
 
사진은 감성이다.
사진은 시선이다.
사진은 느낌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말들이 너무 쉽게 사용될 때마다
나는 어딘가 불편함을 느낀다.
 
감성이라는 말이
반복 훈련의 부족을 가리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느낌이라는 말이
정확도의 부재를 포장하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무용수를 촬영할 때
1/3초로 찍느냐, 1/5초로 찍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몸으로 느낀다.
 
숫자로 보면 작은 차이다.
하지만 사진에서는 전혀 다르다.
 
1/5초는 움직임의 흔적을 끌고 오면서도
몸의 형태를 어느 정도 붙잡아준다.
 
1/3초는 더 긴 시간을 이미지 안으로 끌어들이며
잔상과 추상성을 강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
무용수의 몸이 여전히 읽히는가.
아니면 단순히 흐려진 사진이 되는가.
그 경계는 생각보다 얇다.
 
사진을 보는 사람은
그 차이를 셔터스피드로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느낀다.
몸이 살아있는 사진인지,
그저 흔들린 사진인지.
 
이 차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감각이 좋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반복해서 찍어봐야 한다.
실패해봐야 한다.
숫자를 바꿔봐야 한다.
빛의 방향을 바꿔봐야 한다.
조명의 파워를 조절해봐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안다.
 
어떤 순간에 1/3초가 맞는지.
어떤 장면에서는 1/5초까지 가도 되는지.
어떤 동작은 순간광으로 끊어야 하는지.
어떤 동작은 지속광과 셔터를 섞어야 하는지.
 
나는 사진을 감성으로만 찍고 싶지 않다.
사진은 감성일 수 있다.
 
하지만 상업사진에서 감성은
납품 가능한 정확도를 가져야 한다.
 
나는 아이모션의 촬영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
셔터스피드, 조리개, ISO, 조명 파워.
소프트박스 디퓨저를 사용할 것인가,
다이렉트로 때릴 것인가.
유니폼 색에 따라 어떤 컬러라이팅을 사용할 것인가.
기본 베이스로는 어떤 컬러를 선택할 것인가.
강하게 밀어붙일 때는 레드를 사용할 것인가.
이런 것들을 모두 정리하고 있다.
 
내 촬영물이 일정하게 보이는 이유는
우연히 감각이 매번 잘 맞아서가 아니다.
이미 많은 부분이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지만, 최적화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만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진은 카메라를 들기 전부터 이미 시작된다.
카메라의 1번, 2번, 3번 다이얼에
어떤 세팅을 저장해두는가에서부터
이미 사진은 시작된다.
 
그 다이얼 하나가 현장의 속도를 바꾼다.
속도는 흐름을 바꾼다.
흐름은 아이들의 집중력을 바꾼다.
집중력은 표정을 바꾼다.
표정은 사진의 완성도를 바꾼다.
결국 아주 작은 세팅 하나가
전체 결과물의 퀄리티로 연결된다.
 
나는 이 부분이 한국 사진업계에서
오랫동안 너무 가볍게 다뤄졌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감성이라는 말 아래
너무 많은 것들이 방치되어 왔다.
 
현장 동선.
조명 세팅값.
전력 관리.
고객 응대.
대기 흐름.
보정 기준.
납품 구조.
반복 가능성.
이 모든 것들이 사진의 일부인데,
많은 경우 이것들은 사진 바깥의 일처럼 취급되었다.
 
나는 그 반대의 모델을 만들고 싶다.
 
사진은 감각이다.
하지만 감각은 반복된 실험 위에서 날카로워진다.
 
사진은 예술이다.
하지만 상업사진에서 예술은
다시 만들 수 있는 정확도를 가져야 한다.
 
사진은 순간이다.
하지만 그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전 결정이 필요하다.
 
나는 아이모션을 통해 이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
 
우리는 감으로 찍지 않는다.
우리는 빛을 실험하고,
시간을 실험하고,
움직임을 실험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고,
정리하고,
반복한다.
그래서 같은 퀄리티를 다시 만든다.
 
감성의 반대편에 정확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정확도가 충분히 쌓였을 때,
감성은 더 멀리 간다.
 
그리고 나는 그 지점에서 사진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