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져야 이기는 법을 배운다
나는 승보다 패가 많은 사진작가이자 브랜드 디렉터다.
하는 일이 다 잘 되기만 했다면, 나는 일찌감치 내가 생각한 성공의 목표점에 닿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스포츠 사진과 스포츠 촬영 에이전시를 만든 지도 3년이 넘었고, 지금은 거의 최적화된 촬영 시스템과 양질의 결과물을 적은 편차로 만들어내고 있지만, 아직 이 시장을 완전히 포섭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과정을 전체적으로 본다면, 나는 분명 성공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루는 것은 미국식 스포츠 미디어 감각을 바탕으로 한 아트워크 이미지다. 한국에 거의 존재하지 않던 이 시장을 내가 처음으로 만들고 있는 단계에서, 업계와 학부모들의 관심을 이만큼 끌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없는 산을 하나 쌓고 있는 일에 가깝다.
스튜디오의 실패 이후, 나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다양한 사진 아이템을 연구했다. 실제로 꽤 많은 것들을 진행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승패로 따지면 패의 숫자가 계속 늘어났다. 기대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은 일도 있었고, 내가 생각한 시장의 속도와 실제 시장의 속도가 달랐던 일도 있었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었지만 그것이 곧바로 좋은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배워야 했다.
그렇다고 몇 번의 패배가 전체적인 패배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반드시 큰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일념으로 주저앉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그런 패배의 반복 속에서 나는 분명 성장했다. 스포츠 사진에 대한 기술력과 이해도, 표현력은 훨씬 좋아졌고,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마케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사진작가의 세계에서 한 걸음 나와 사업이라는 더 큰 대국을 바라보는 시야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웠다.
그런 의미에서 잦은 패전은 상처투성이였지만, 더 나은 것으로 향하는 원동력이 되어준 것이 분명하다.
브랜드를 만들고, 마케팅을 하고, 사업을 개발한다는 일은 매끈한 도로 위를 달리는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가능해 보인다. 새로운 시장이 눈앞에 열리는 것 같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고, 이제부터 일이 빠르게 흘러갈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사업은 그렇게만 움직이지 않는다. 어느 순간 길은 끊기고, 막히고, 진창을 만나고, 언덕을 오르며, 때로는 절벽 앞에 서게 된다.
그때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일이다. 물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다. 기대했던 일이 늦어지고, 좋게 흘러가던 이야기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멈춰버리면 누구라도 마음이 요동친다. 내가 잘못 본 것인지, 시장을 잘못 읽은 것인지, 이 방향이 정말 맞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원래 그렇게 생겼다. 잘될 때는 쉽게 들뜨고, 막힐 때는 쉽게 의심한다.
하지만 브랜드를 만든다는 일은 그 감정의 파도에 매번 방향을 빼앗기지 않는 일에 가깝다. 한 번의 지연이 전체의 실패는 아니다. 한 사람의 태도가 시장의 대답도 아니다. 하나의 길이 막혔다고 해서 지도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더 넓은 지도를 배워야 한다. 돌아가는 길이 있는지, 우회할 길이 있는지, 더 좋은 구조가 있는지, 지금은 기다려야 하는 시기인지 차분하게 다시 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한다. 처음에는 “이거 해볼 거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암초를 한 번 만나면 곧바로 다른 시뮬레이션을 찾는다. 이 시장이 아닌가. 저쪽이 더 빠른가. 다른 아이템이 더 쉬운가. 그렇게 계속 출발선만 바꾼다. 나는 그것을 대단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 그것은 깊이 들어가지 못한 채 간만 보는 행위에 가깝다.
얕은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면 깊은 데이터가 쌓이지 않는다. 하나의 시장을 충분히 밀어붙여보지 않았고, 하나의 브랜드를 충분히 견뎌보지 않았으며, 하나의 방향 안에서 충분히 얻어맞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왜 막혔는지, 어떤 사람이 믿을 만한지, 어떤 구조가 위험한지, 어떤 제안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지 알기 전에 다시 다른 가능성으로 도망간다. 그러면 남는 것은 경험이 아니라 기분의 잔상뿐이다.
브랜드는 잘될 때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막힐 때 만들어지는 부분이 더 크다. 예상했던 일이 늦어질 때, 협의가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 투자한 시간과 비용에 비해 수익이 기대만큼 돌아오지 않을 때, 준비한 일이 전혀 엉뚱한 이유로 틀어질 때 브랜드의 체질이 드러난다. 그때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그때 내가 내 가치를 어디까지 지키는가. 그때 내가 조급함에 밀려 기준을 낮추는가, 아니면 더 나은 길을 차분하게 찾는가. 그것이 결국 브랜드의 일부가 된다.
어려움 그 자체가 브랜딩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조금 편해진다. 사업 안에서 벌어지는 좋지 못한 일들은 대부분 예상보다 덜 깔끔하다. 좋은 협의점을 만들었다고 해서 언제나 좋은 실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방향이 맞는 것처럼 보였던 일이 약속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하고, 분명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던 이야기가 모호한 이유 뒤로 사라지기도 한다.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것은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다음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한 번의 일의 그르침은 실패가 아니라 학습이다. 그것이 나의 실수였든, 외부 요소의 변화였든, 예상하지 못한 사람의 태도였든, 시장의 속도였든 마찬가지다. 사업에는 언제나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끼어든다.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해도 상대가 움직이지 않을 수 있고, 아무리 좋은 결과물을 보여줘도 상대가 그 가치를 바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배워야 한다. 어떤 루트를 더 열어야 하는지, 어떤 곳에 과하게 의존하면 안 되는지, 어떤 단계에서 약속을 명확히 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을 앞으로 더 조심해야 하는지.
실패는 제대로 바라보면 굉장히 입체적인 교훈으로 변한다. 단순히 일이 안 됐다는 결론만 남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배우고, 시장을 배우고, 구조를 배우고, 나의 조급함을 배운다. 기대를 어디까지 걸어야 하는지 배우고,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두는 일이 왜 중요한지 배운다. 하나의 문이 닫혔을 때 다른 문을 열어두지 않은 상태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배운다. 그러니까 실패는 단순한 손실이 아니라, 다음 판을 더 정교하게 짜기 위한 자료가 된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자존심이 아니라 시야다. 당장의 감정에만 머물면 모든 일이 손실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물러서서 보면, 하나의 틀어짐은 더 큰 구조를 다시 설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떤 실패는 방향을 바꾸라는 신호가 아니라, 방향을 더 단단하게 만들라는 요구에 가깝다. 무너진 것이 아니라 드러난 것이다. 약한 구조가 드러났고, 부족한 준비가 드러났고, 너무 쉽게 기대했던 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니 마음이 요동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대했던 일이 틀어지면 기분이 좋을 수 없다. 하지만 마음이 흔들린다고 해서 방향까지 흔들릴 필요는 없다. 감정은 오늘의 파도이고, 방향은 더 큰 흐름이다. 내가 봐야 하는 것은 오늘의 기분이 아니라 전체적인 진행 방향이다. 문의의 질이 좋아지고 있는지, 결과물이 강해지고 있는지, 시장 안에서 이름이 조금씩 인식되고 있는지, 반복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봐야 한다.
결국 덧셈과 뺄셈을 해야 한다. 무엇을 잃었는가. 무엇을 배웠는가. 무엇이 막혔는가. 무엇이 새롭게 열렸는가. 어떤 사람을 조심해야 하는가. 어떤 시장을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하는가. 당장의 결과 하나만 보면 실패처럼 보이는 일도, 전체 흐름 안에서 보면 중요한 학습일 수 있다. 작은 손실이 더 큰 손실을 막아주는 경우도 있고, 하나의 지연이 더 좋은 방향을 찾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업과 성장은 이런 요동침을 만 번쯤 겪는 일이다. 좋은 일만 반복되는 일은 세상에 없다. 잘 진행될 때도 있고, 막힐 때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멈출 때도 있다. 심지어 목표를 이룬 뒤에도 흔들림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규모가 커질수록 문제도 커지고, 기대도 커지고, 책임도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는 포기할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그러니 지금 배워야 한다. 작은 흔들림 앞에서 중심으로 돌아오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작은 실패 앞에서 전체 흐름을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작은 무례 앞에서 내 가치를 낮추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은 남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사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은 늘 정반대로 가기 쉽기 때문이다. 작은 암초 앞에서 전체를 의심하고, 한 번의 지연 앞에서 자기 가치를 낮추고, 잠시 막힌 길 앞에서 방향 자체를 바꾸고 싶어진다.
그래서 계속 말해줘야 한다. 이것은 끝이 아니다. 이것은 학습이다. 이것은 더 큰 흐름 안의 작은 파편이다.
실패하지 않고 위로만 자랄 수는 없다. 한 번도 져보지 않고 이기기만 하는 팀은 없다. 잘 져야 한다. 그래야 이기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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