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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춤추는 사상> 전시회를 마치고 (작가의 소회)

 

춤추는 사상 전시회(11.25-30 부산 사상구)를 마쳤다. 2025년 한 해는 춤추는 사상으로 시작하여 춤추는 사상으로 갈무리한 것 같다. 내면의 중심축이 휘청일만큼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었다. 전시를 마치고 난 지금 정신의 일부분이 소각된 것 처럼 느껴진다. 전시 후에도 이어진 일들로 한 번도 쉬지 못했고, 지금에서야 멍하니 맥주 한 캔 마시면서 초점 잃은 눈을 하고 있다. 그 안쪽에서는 다양한 생각들이 교차되고는 있지만, 그게 다 무엇인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 중에 한 문장을 혼잣말로 뱉어내본다. "해내긴 해냈군."

 

 

올 해 1월 SMDV 공장 내에서 첫 번째 무용수 촬영 작업, 2월 대도운수 버스 차고지에서 촬영을 시작으로 구체화 된 춤추는 사상 작업은 이렇게 큰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것을 확신하지 못했었다. 사진작가가 몽상으로 공장이나 소상공인의 가게들에서 춤추는 사진을 찍겠다니, 누가 믿어줄 것인가? "저 사진작가인데, 부산의 인구 소멸에 대한 주제를 담는 사진작업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업장에서 두 시간 동안 촬영좀 하게 해주십시오." 라고 한다면 누군지도 모를 아무개를 믿어 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부산에서 유창한 서울 말씨로 말이다. 이런 점들이 사진작가들의 작업 전개에 대한 대표적인 어려움일 것이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 그리고 장소 허가에 대한 신뢰의 문제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문제들 앞에서 나약해지면 안된다. 스스로를 믿고 진행해야만 한다. 그 누구도 카메라를 대신 들어줄 수없다. 본인 자신을 믿는 것이 초기에는 좀 어려웠지만, 작업 중반 이후부터는 꽤나 단단해졌던 것 같다. 계속하여 작품들이 잘 나와주었기 때문이었다. 믿고, 자신감을 가지면 작업은 실패하기보다는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고, 성공한 작품들이 등장하면 자신감이 더 붙어서 더 발전된 작업으로 이어진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주하여 바라본 부산의 문제점 중에서 인구 소멸에 대한 것은 단연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사회적인 공론화가 되는 문제를 예술화하여 시각적인 깊이와 공감대를 함께 넓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하고 싶다고 바로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작가 본인의 내면에서의 공명점을 찾는 것과 더불어 이 작품이 전개되어 대중에게 닿을 부분까지도 염두해야 한다. 즉, 디지털 이미지 사진들 안에 복합적인 울림이 존재해야만 한다. 너무 단순해서도 안되고, 너무 복잡해도 안된다. 대중에게 이미지의 미학도 보여야 하고, 숨겨진 의미들도 잔향을 떨쳐야 한다. 직업 사진가로서 실행해 본 공식적인 첫 번째 프로젝트를 자평해보자면, 이러한 부분들은 꽤나 성공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 <춤추는 사상> 작업물들은 사진을 모르는 대중들에게도 시각적인 자극점이 강렬하게 느껴졌다는 평가를 듣기도 하고, 파인아트 영역을 넘나드는 현업 작가분들께도 긍정적인 칭찬을 들을 수 있었던 점이 본인에게는 보이지않는 성과로 느껴졌다.

 

 

반대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전시 기획과 홍보의 문제가 가장 크게 느껴졌다. 아이모션에 있는 두 명이서 모든 것들을 기획하다보니,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들이 많았다. 시간도 부족했고 전시회에 대한 세밀한 연출도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 일단 둘이서 최선의 패키징을 하긴 했었다. 시간을 되돌린다고 하더라도 이보다는 더 좋은 포장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모자랐던 것은 모자란 것 자체로 컨셉처럼 보여주기로 했다. 장소 선정 문제부터 폐공장 인테리어, 인쇄물들과 굿즈등의 작은 것들까지 마음대로 되는 것들이 별로 없었다. 꿈은 컸지만, 인력의 한계, 자본의 한계문제에 봉착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홍보 문제까지 이어져서 목표하는 방문객수에 닿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부족한 것들을 통하여 배우는 것들이 정말 많았다. 이번이 인생의 마지막 전시회가 아니라면, 다음 번에는 더 좋은 기획과 실행력으로 더 많은 대중들에게 닿아서 부산의 사회적인 문제를 함께 호흡하고 많은 시민들과 함께 시선의 각도를 변화시켜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춤추는 사상>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전시가 종료되었다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타트 블럭을 박차고 막 뛰어나간 육상 선수처럼, 이제 관절과 근육에 서서히 열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 사상구 뿐만 아니라, 인구 소멸의 문제를 안고 있는 부산의 전 지역, 그리고 나아가서는 지방 소멸의 문제를 겪고 있는 시와 군에 예술을 스며들게 하고 싶은 원대한 꿈이 있다. 사회적인 간극의 지점에는 예술이 필요하다. 세대와 세대, 지역과 지역의 간극에 메마름을 해갈해 줄 단비, 즉 예술이 깃든다면 사람들의 의식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사진을 찍고, 전시를 한다는 개념은 사진작가 본인이 보고 촬영한 '관점'과 '감각'을 전달하는 것이 개념이지만, 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진보하여 사회가 바라봐야 할 중요한 '관점'과 '감각'을 나(이준희 사진작가)의 카메라를 관통하여 창작된 결과물로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바라보며 우리에게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본 작가가 스스로 명명한 새로운 개념의 사진 작가인 '소셜 포토그래퍼'를 말한다. 나의 소셜 이미지들은 이제 막 닻을 올리고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이번 작업으로 성취감이 깃든 새로운 산물들을 얻을 수 있었다. 본 전시회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빛과 디렉션> 직업 사진가의 에세이를 출간하게 되었고, 짧은 기간동안 쓴 글 치고는 완성도가 꽤 높은 책이 되었다. (자평이 아닌, 리뷰에 의하면) 평소에 직업 사진 세계에 대한 울분이 워낙 깊어서 할 말이 많았던 것일까, 10년 남짓의 직업 사진 생활동안 이 업계를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직업 사진가로써 오래 살아 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각들이 재밌으면서도 깊이있게 담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춤추는 사상> 프로젝트 사진작업에 대한 사진집도 정식 출간되었고(온오프 서점구입가능), 공식적인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었고, 구청장님께 감사패도 수여하게 되었고, 소소하게는 네이버 인물등록도 반영되었고, 국가 예술인으로 등록도 진행중이다. 총 열 네개의 관련 기사들은 보너스 선물이다. 한 여름 동안 촬영하며 수도꼭지 터진 것 처럼 흐르던 땀에 젖은 사진 작품들과 전시를 준비하며 든 불안감, 마음 고생, 몸 고생 등으로 절여진 전리품들이 뒤따라왔다.

 

 

나의 직업 사진가 에세이 <빛과 디렉션>에서 수 차례 언급된 내용처럼, 이러한 성취들은 한 명의 직업 사진가의 타임라인 위에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10년을 했는데 이제서야 스타트 블럭을 박차고 나가서 첫 번째 성취를 한 것이라면, 앞으로 얼마나 더 치열해야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전권같은 필사의 대업을 이루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나는 기껏 한 챕터 정도나마 완결 한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기죽지 않고 꿈꾸는 방향대로 차근차근 나아가 보는 것이 나의 디렉션이다. 그것은 순광의 빛 방향을 향하고 있다. 빛에 대한 신념으로 카메라에 명과 암을 만드는 것을 쉼 없이 일궈나갈 것이다.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은 결국 하게 된다.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될 수도 있다.

 

이발소에서 춤을 추면 어때? 국밥집에서 춤을 추면 어때? 공장에서 춤추지 말란 법 있어?

 

공간의 가치는 사용자가 정하는 것이다.

 

실패를 실패로 받아들이고 끝낸다면 그건 진짜 실패한 것이고,
실패조차 다음 성공의 지렛대로 사용한다면 그것은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