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퀄리티 컨트롤을 위한 두 번째 포인트로는 촬영 전의 물샐틈없는 기획이 필요하다. 기업이 촬영을 의뢰했을 때, 혹은 개인과의 촬영 상의 단계에서 이 촬영을 의뢰한 클라이언트가 왜 사진을 의뢰하는지에 대한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돈을 지불하는 클라이언트의 의도를 모두 빠짐없이 반영하기 위하여 촬영 계획서가 필요한데, 나는 이것을 편하게 '촬영 BOARD'라고 부른다. 촬영 장소부터 시간, 각 시퀀스별로 조명 배치 계획도, 촬영 의도, 인물이 입을 의상, 준비물, 심지어는 주차 정보까지도 기입하여 만드는데, 이것을 클라이언트 및 보조들, 모델에게도 보낸다. 포토 세미나를 하면서 수강생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이런 촬영 보드 제작 개념이 잡혀 있지 않은 사진가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사진은 우연을 촬영하는 것이라는 개념에 젖어 있는 사진가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 그 옛 시절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처럼 라이카에 단렌즈 하나 물려 들고 다니면서 우연이 곧 운명이 될 것 같은 '프레임 헌터'로서의 사진작가는 이제 살아남기 힘들다. 그것보다는 특정 장면을 연출하고 기술적으로 더욱 깊이 있게 다가가는 것이 작품 완성도가 좋다. 브레송이 재탄생하더라도 현재의 콘텐츠 세계에서 그것은 '도촬'로 오해나 받을 수도 있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이처럼, 탄탄한 제조업을 이끄는 직업 사진가는 안정적인 품질의 컷을 얻기 위하여 필요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연출은 사전에 숙고되어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며 방향성을 같이 잡아 나가야 한다. 촬영 보드 없이 현장에서 느낌을 끌어내겠다고 하는 것은 가끔은 잘될 수 있을지 몰라도, 촬영을 망칠 수도 있다. 그건 분명 안정적인 품질의 상품을 일정하게 제조하는 방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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