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9) 썸네일형 리스트형 로봇뽑기 / 영화를 좋아한 사진작가 20대에 전공을 얼마나 뒷전으로 미뤄두고 ‘딴짓’을 했는지 고백하는 모양새가 되지만, 영화도 심각하게 좋아했었다. 보통의 젊은 남성 대학생(유럽 축구를 좋아하는)들과는 다르게, 나는 작가주의 감독들의 필모그래피를 따라 보며 그 감독을 파고드는 것을 즐겼다. 일주일에 영화 일곱 편을 보기도 하고, 마치 의무감처럼 영화를 섭렵해야겠다는 아무런 목적 없는 예술적 섭취를 즐겼다. 정말 맛있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데이빗 핀처, 쿠엔틴 타란티노, 마틴 스콜세지 등, 7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까지 좋은 영화들을 정말 많이 봤다.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영화의 서사속에서 눈물을 짓고, 이와이 슌지 감독의 청춘 로맨스 영화에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 필름을 본다는 것, 그것이 내 사진 작업에 결국 도움이 되었을까? 지.. Golden Brass /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사진을 더 잘 찍는다 '여러분은 얼마나 간절한가?' 간절함만큼 인간에게 큰 동력은 없다고 느낀다. 나도 아직도 너무나도 절박하고 간절하다. 발 한 번만 헛디뎌도 인생은 끝없는 낭떠러지를 만나기 십상이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잘 찍어야 한다.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주문한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사진을 더 잘 찍는다.' 이 말은 내게 좌우명 같은 것이 되었다. 잘 찍지 못하면 레드 오션의 파도에 휩쓸려 아무것도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의 생존을 무너뜨리는 가장 공포스러운 것이다. 내 일을 즐기고, 내 일을 사랑하는 건강한 생각들 뒤에는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생긴 절벽이 나를 기다린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 그게 아니면 정말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City Dancer / 당신의 사진은 맛집이 될 수 있을까? 사진을 음식으로 바꿔서 바라보면 파인 다이닝부터 분식집까지 정말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인력이 동원되는 대형 작업과 광고 작업, 기업 및 공공기관 촬영, 스튜디오에서의 제품 및 인물 촬영,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생네컷' 같은 스티커 사진까지. 당신의 사진 작업을 하나의 식당이라고 생각해보라. 사람들의 리뷰는 고통 그 자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촬영 실수는 악플을 몰고 올 것이고, 제대로 주제를 표현하지 못한 어정쩡한 사진들을 보고 사람들은 돈 아깝다고 악플을 달 수도 있다. 이런 마음으로 사진을 한다면, 사진 앞에서의 모든 행동들이 얼마나 철저해질까? 네 사진의 맛은 어떤가? 학교 앞 분식집 앞에서 학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떡볶이라도 될까, 아니면 짬뽕이 맛있기로 유명한 중식당쯤 될까, .. 햇빛 창조 / 사진작가의 길은 곧 개미지옥 창의하느냐, 아니면 기술적으로 의뢰인을 대리하여 촬영을 하고 사진을 단순 전달하느냐의 차이가 사진가와 사진작가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돈을 한 번이라도 받고 사진 활동을 해 봤던 수십 만 인구 중에서 진정으로 창의한다고 할 수 있는 가상의 기준선을 뛰어넘는 이들은 소수쪽에 해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자체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이 기준을 넘지 못하는 야트막한 실력밖에 갖추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고,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재앙을 맞았던 시기에 강제로 각성하여 창의력 뿐만 아니라 사진 기본기등의 직업적인 자질을 갖추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사진작가로 몇 십년을 더 살아야 할 것을 생각하면 이 직업을 더 넓고 다소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작가로의 입문은 달콤하고 행복.. Dancing / 사진 기술에 대하여 카메라를 쓸 줄 알고 약간의 기술을 더하여 사람이나 사물을 찍는 것들이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진짜 사진작가들은 그 정도 행위는 이미 체화되어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사진을 찍는다. 운전을 할 때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 위의 발을 바꿀 때 처럼, 키보드 타자를 두드릴 때 위치를 정확히 외우지 않아도 키를 누르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것 처럼,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누를 때 건반을 보지 않아도 연주를 하는데 지장이 없는 것과도 같다. 정말이지 이건 별 기술이 아니다. 진짜 기술은 그 다음부터 시작될거다. Born to be Run / 내가 운동을 나름 열심히 하는 이유 먼저, 내가 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에 대하여 글을 좀 써 보겠지만, 위의 사진은 내가 아니라 내가 작업한 사진이다. 오해마시라.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제대로 터를 잡았는지, 부산 북항 부근에도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올 해 장마는 조금 더 빠르고 기간이 길다고 하는데, 엊그제까지 뙤약볕에서 힘들게 야외 촬영을 했던지라 더위를 식히는 비가 반갑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날씨 속에서도 조금 전까지 러닝을 하고 피트니스를 마치고 돌아왔다. 20대에는 운동을 거의 안하고 가끔 헬스를 등록하고 포기하기만을 서 너번은 반복했던 것 같은데, 딱 서른 살이 되면서부터 한 것이 복싱이다. 30대가 되었다는 무력감과 허무함에 몸이라도 잘 챙기고자 등록했던 복싱 체육관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게 혹독한 훈.. 태권도 프로필 / 당신의 사진은 상품이 될 만한 가치가 있습니까? 최근 수련생 키움 프로젝트를 공고하며 상업 사진가로 뛰어들려고 하거나, 이미 활동을 하고 있던 분들의 포트폴리오를 받았다. 그 분들의 포트폴리오를 받고서 짤막하게나마 내가 공통적으로 드렸던 답변은 이 사진으로는 클라이언트들이 많이 연락을 주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상업 사진가가 찍은 사진의 가치, 그 첫 번째 덕목으로는 사진을 의뢰한 클라이언트가 사진을 빨리 사용하고 널리 보여주고 싶을 만큼의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면, 사진작가는 의뢰인의 대리인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의뢰인이 직접 찍을 수 없는 정도의 퀄리티를 원하니까 대리인에게 작업을 요청하는 것이다. 만약 의뢰인이 폰카를 들고 찍어도 결과물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면 대리인인 상업 사진가는 돈을 받고.. 강인함의 모션 / 나무가 자라는 혼신의 속도 사진이라는 것은 어제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게 된다.하루를 더 살면서 한 번의 작업을 더하면 또 다른 경험과 기술, 감성과 예술이 추가가 된다. 비록, 오늘의 작업이 모든 작업의 최종 페이지인 것 처럼 열정을 불태우겠지만,그것도 다 지나고 보면 결코 아직 여물지 못한 풋내나는 과실이었을 뿐이다. 가장 짙은 채도를 담은 색이 되었을 때가 아직 설익은 것이고,창작이 아무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더라도시간이 흐른 뒤에는 뻥뻥 뚫린 허점과 빈틈 투성이 요소들이 프레임의 곳곳에서 보일 것이다. 그러한 나이테를 더하고 더했다. 지금까지 직업 사진가로서 셀 수 없는 발전의 계기가 있었는데, 돌이켜본다면혼신을 다 했던 작업들도 나무가 더디게 자라나는 정도의 속도였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내게 진심과 열정이 있었기에 더디게..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