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내가 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에 대하여 글을 좀 써 보겠지만, 위의 사진은 내가 아니라 내가 작업한 사진이다. 오해마시라.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제대로 터를 잡았는지, 부산 북항 부근에도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올 해 장마는 조금 더 빠르고 기간이 길다고 하는데, 엊그제까지 뙤약볕에서 힘들게 야외 촬영을 했던지라 더위를 식히는 비가 반갑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날씨 속에서도 조금 전까지 러닝을 하고 피트니스를 마치고 돌아왔다.
20대에는 운동을 거의 안하고 가끔 헬스를 등록하고 포기하기만을 서 너번은 반복했던 것 같은데, 딱 서른 살이 되면서부터 한 것이 복싱이다. 30대가 되었다는 무력감과 허무함에 몸이라도 잘 챙기고자 등록했던 복싱 체육관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게 혹독한 훈련을 받았었다. 다른 복싱 체육관들도 다 그런 줄 알았는데 내가 간 곳이 유독 독하게 운동을 시키는 곳이었다. 2시간을 복싱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했었고, 그걸 주 5일을 하면서 6개월 정도 버텼을 때 뭔가 내가 알던 나의 체력이 아닌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계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랄까. 그 이후로 복싱을 7년을 더 했었고, 코로나 시즌이 되어서야 그만 두게 되었다.
이후에는 한강에서 러닝을 시작하여 러닝의 참 매력에 빠졌었고, 동 기간에는 요가를 시작하여 딱딱하게 굳어있던 근육들을 수타면처럼 쫀쫀하게 풀어준 것이 사진 생활하면서 너무나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진가 특성상 생길 수 밖에 없는 거묵목, 어깨, 허리통증등을 나는 지금은 거의 겪고 있지 않으니 앞으로도 어떻게 움직여야 더 오래 사진을 통증없이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지난 해 부터는 피트니스로 근육량을 늘리는 운동과 러닝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바쁠 땐 잘 못하더라도 결코 그 끈을 놓지 않고 있는데, 나이가 들어도 체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정말 바쁠 땐 일주일에 한 두 번이라도 고강도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운동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체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고, 뻐근한 근육통이 올 정도로 운동을 한 후에 집중력이 더 올라간다.
특히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러닝은 촬영 체력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6킬로미터를 뛸 때나, 10킬로미터를 뛸 때 마지막까지 차오르는 체력의 고갈 감각은 장시간 촬영할 때, 특히나 촬영 후반부의 집중력을 선명하게 바꿔주는 것 같다. 아무리 긴 촬영을 하고 지칠 때에도 놓지 않는 정신력의 끈같은 것이 있다. 두 다리가 무너지고 어깨에 진통이 올 때 즈음, 정말 포기하고 카메라 가방 싸고 집에 가고 싶을 때에도 러닝을 마무리 할 즈음에 드는 느낌을 떠올린다. 나는 조금 더 갈 수 있다.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고, 아직 생생한 두 눈으로 피사체를 바라 볼 수 있다.
노르에프네프린이라는 호르몬 물질이 있다. 집중력과 반응속도를 향상시키는 호르몬같은 것이 촬영 막판에도 러닝의 막판에 나오듯이 흘러나오는 것일까. 아무리 지쳐도 말이다. 오늘은 8킬로미터를 뛰어야지 하고 8킬로미터를 딱 뛰었을 때, 욕심내서 조금 더 뛰어보자, 한계 짓지 말고 약간만 더 뛰자, 할 때 나오는 희열감 같은 것도 있다. 그럼 가끔 9킬로미터를 뛸 때도 있고 10킬로미터까지 뛰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내 다리가 내 것이 아닌데 하면서 뛰고 있는 것, 그게 러너스 하이라던가. 본인만의 Photographer's High를 만들기 위해 장맛비가 그치면 다시 북항으로 뛰쳐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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