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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IRON WILL IPARK / 직업 사진을 포기하는 시점에 이른 분들을 위한 제언 '방향과 본질'

 


 

 

IRON WILL IPARK / 직업 사진을 포기하는 시점에 이른 분들을 위한 제언 '방향과 본질'

 

 

현재, 이탈리아 알프스, 코르티나의 어느 겨울 산속에 콕 박혀 쓰는 글이다.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는 가혹할 정도로 바쁜 촬영 스케쥴에 이어서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촬영 참석때문에 장거리 이동을 하느라 정신을 못차린 사이에 지독한 감기까지 걸려버렸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서 곧 대회 종료 시점도 다가오고, 그 이후에는 작년부터 휴식이라는 말조차 잘 모른 채 살아온 터라 따듯한 남프랑스로 건너가 잠깐의 휴가를 가질 계획이다.

 

지금 이탈리아의 돌로미티라고 부르는 지역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이탈리아와는 참 기구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직업 사진가로서 자리잡은 곳이 바로 피렌체였고, 그곳에서 한국인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스냅 사진을 촬영하였던 것이 어느 덧 10년의 세월이 지나게 되었다. 그때는 사진으로 돈을 벌고 자유를 얻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자만감으로 의기양양했던 시절이다. 인스타그램 계정 인기가 뜨거웠고, 유럽의 사진을 피드에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사람들은 나의 사진에 수많은 인사이트를 보내주었다. 촬영 예약도 꽤나 많이 들어왔기에, 부족할 것 없이 자유로 충만한 떠돌이 생활을 즐겼다. 이번 이탈리아 방문에 있어서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이 그런 자유분방한 직업 사진가 초기 시절과 대비되는 협회 사진의 일부분을 담당하게 되어 다시 이탈리아에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와 지금의 추구하는 사진도 완전히 정반대로 달라졌을 뿐더러, 내 삶 속에서 이탈리아를 다시 오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2015,16,17...하지만, 과거 이러한 생활들안에서 스스로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내가 언제까지 이런 스냅 사진으로 삶을  연명할 수 있을까? 당시 촬영하고 있던 사진 스타일로는 직업 사진의 세계에서 가장 끄트머리쪽에나 발을 걸치고 있는 느낌이 점점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낮은 기술력으로 촬영하는 상품이었으니까. 그러한 대책없는 자유분방한 삶의 종결은 팬데믹이 확실하게 선을 그어주었다. 나는 내가 사진에 대한 기술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을 확실하게 채우는 방향성을 빠르게 가졌어야 하지 않았는가 하는 깊은 후회를 남기게 되었다. 나의 앞 날의 인생을 대비하는 것에 있어서 철저하지 못했고, 책임감도 적었던 것이다. 어느정도의 직업적인 여유와 여백을 기대했던 스스로가 기준한 행복의 균형감은 지금 떠올려보면 대단한 착각이었다.

 

이탈리아에 다시 오니 그런 순간들이 오버레이되지 않을 수가 없다. 예전에 빈번하게 들락거렸던 돌로미티 지역도 얼마나 자유로운 마인드로 다녔었던지, 은하수 사진을 찍는 것이 본인의 경제적인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턱이 없었다. 그때의 순진함이 실패로 직결되며 지금의 단단함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남았지만. 그런 사진의 디렉션에 대한 누구의 조언도 기대할 수 없었고, 직업 사진가가 어떻게 정확한 상업적인 방향성과 기술력을 가져야하는지도 까막눈일 뿐이었다. 오직 있는 것은 쇼윈도에 불과한 인스타그램 피드 하나 뿐이었다면 너무 박한 과거 평가일까. 그래서 현재 가이드해주고 있는 포토그래퍼 제자들에게는 직업 사진과 상업 사진의 본질을 파악하게 하고 다소 혹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방향과 본질. 그것을 알면 누구보다도 빠른 사진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늘 무장시킨다.

 

가끔 쓰레드의 알림이 떠서 문장을 읽게 된다. 참고로 나는 쓰레드는 전혀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할 계획은 없다. 누군가가 남긴 그 문장은 이대로라면 곧 사진을 접고 다른 일을 해야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안보고 싶어도 알림이 뜨니 눈에 들어오고 굳이 또 한 번 들어가서 구구절절한 사연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나는 늘 매한가지 같은 의견을 말한다. 직업 사진의 세계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진짜'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 자문한다. 과거 이탈리아에서 스냅 촬영을 하던 자신에게 하는 물음이기도 하다. 스스로 노력한다고 했지만, 거기에는 방향과 본질이 있었는지. 그저 일이 들어오면 뛰어다니던 것이 최선이 아니었던 것을 아는가. 마치 부산으로 가야할 길을 강원도 방향의 길을 걸으며 산밖에 없다고 불평하는 꼴이다. 과거의 나도 그랬고, 그에 따른 묵직한 세금계산서를 팬데믹 시절에 손을 떨며 받아들게 되었다.

 

나는 실패했다. 그리고 방향과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을 수없이 후회했다. 낮은 기술력으로 사진을 하고 있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인식은 했다만, 빠르게 고칠 필요성을 알지 못함), 사진이라는 직업 장르에 대하여 잘못된 그림을 가지고 있었다. 이 직업은 기술을 가지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진을 만들어 내는 것이 기본이다. 매우 단순한 명제다. 하지만 엇비슷한 말중에 사진을 잘 찍어야 한다, 라는 말은 사람들이 늘상 많이 하는 말이지만,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 직업 사진가가 사진을 잘 찍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이 문구야 말로 쌀로 밥 짓는 소리중의 하나다. 사진의 기본 기술력 및, 창의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추가적인 기술력을 동원하여 개인 고객부터 기업 고객, 공공기관등의 정부 기관이 돈을 주고 사고 싶은 사진을 만드는 것이 본질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직업 사진가, 혹은 예비 직업 사진가 분들은 팔리는 사진을 찍고 있는가?

 

쓰레드의 글을 쓴 이와 잠깐이라도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방향을 가지고 본질을 쫓았는지 물을 것이다. 본인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은 모두 본질 밖에서 빙빙 맴도는 것일 뿐이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 관건이다. 이탈리아에서 방황하던 10년 전의 이준희 사진가도 똑같았다. 그러한 삶에는 분명한 세금계산서가 따른다. 더 우울한 것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 채, 좋아하던 사진을 접게 되는 것이다. 헌데, 이런 글들은 쓰레드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직업 사진을 하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쓰레드는 그런 부정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개인적으로는 심지어 쓰레드에 글을 쓰며 조금의 만족감을 얻는 것 마저 나는 직업 사진가의 방향과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쓰레드를 하지 않고, 앞으로도 쓰레드에 글 쓸 시간이 있다면 포토샵 기술들을 더 연마할 생각이다.

 

직업 사진 11년, 팬데믹의 절망, 재기, 그리고 지금의 확고한 디렉션은 나의 사진 생활의 희노애락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나의 책 <빛과 디렉션>에서 언급한 것 처럼 나는 90세, 100세까지 직업 사진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목표다. 이제 막 11년이 지난 것 뿐이다. 그 속에서 나는 나의 직업적 방향과 본질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아직 목표만큼의 돈은 벌지 못하였지만, 이것은 거대한 플라이 휠이다. 처음 바퀴를 굴릴 때가 가장 무겁고 힘들지, 한 번 돌아가기 시작하면 무섭도록 속도를 낼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길에 모든 것을 쏟는 것을 행복하게 여기고 있다. 작년부터 휴가를 한 번도 가지지 못했지만, 전혀 불평을 하지 않는 이유다. 내 모든 것을 쏟을 그 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니까. 그래도 곧 달콤한 남프랑스의 한적한 여유가 다가올테니까. 이 글을 읽게되는 많은 사진가분들도 이러한 길을 찾게 되길 바라며, 코르티나의 산장에서 쓰고 있는 이 글을 닫는다.